내사랑 "땡칠이(072)"

by 노현준 posted Aug 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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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 "땡칠이"(072)

요즘 "땡칠이"(072)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요 찰랑찰랑 잡힐 듯한 소리를 들려주는 땡칠이.. 얼마전까지만해도 제게 무시를 당했고
학대아닌 학대를 받았던 땡칠이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땡칠이가 제게 가져다준 바람은 그간 제 편벽됨을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전까지 버브라운, AD 신봉자에 가까웠습니다. 2년전 시디피 개조에 열을 올리던 때
출력단과 헤드앰프부에 있던 JRC란 이름의 OP앰프 출처와 몸값을 알았을 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네 녀석이 소리를 내면 얼마나 내겠냐...'
이녀석을 대체할 용병을 찾기 위해 얼마간 방황하던 차에 버브라운과 AD를 알게 되었고
세운상가를 들락날락 거리며 몸값 비싼 용병을 모셔와 모두 교체를 했습니다.. 음악을 틀었을때
저는 "야~~ 그럼 그렇지... 역시.. 몸값에 걸맞는 소리를 내는구나~~" 하고 자아도취에 빠져들었습니다.
그후로 앰프의 프리단에 있는 이름모를 몸값이 쌀 것 같은 OP앰프들과 그간 모아두었던
시디피의 OP앰프들을 마구잡이로 교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 저것 시디피와 앰프, 스피커를
바꿔가며 비교를 하게 되었고 친구들이 오면 자랑스러운듯 보여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시디피에 있는 값싼 저항과 전해 콘덴서를 한 몸값하는 라디얼 탄탈, OSCON, 위마,
뮤지캡, 멀티캡, 로더스테인으로 모두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그 욕심은 날이 갈수록 더했죠..
그러던 차에 작년 초에 헤드폰 앰프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서 몇차례 회로구성 실패와 전원문제로
그 몸값 비싼 OP앰프들을 날려버리게 되면서 실험용으로 천대 받던 JRC를 무더기로 영입,
전원투입전에 마루타(몸빵) 형식으로 껴넣었고 제대로 소리가 난다 싶으면 과감히 빼버리고
용병들을 투입시켰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JRC들은 초라하고 처량하게 휴지통에 쳐박혔지만
저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아.. 제 부끄러웠던 지난 얘기가 길었군요.. ^_^.
지난 얘기는 이쯤해서 각설하고 얼마전 신정섭님 초대로 이곳에 와보니 제가 그토록 구박아닌
구박을 하고 천대를 했던 JRC들이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흠.... 순간 뇌리에 스치는 것이..
용병수급에 총알이 만만치 않게 드니 원활한 용병 수급전까지만 사용하자는 식으로
제 부품 박스에서 언제 죽을 지도 아니 언제 비명횡사할지도 모를 마루타들을 다시 꺼내
그간 만들었던 헤드폰앰프에 투입... 그리고 음악을 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 " 저도 모르게 나온 첫마디는 이거였습니다...
찰랑찰랑거리면서도 손에 잡힐듯한 저 소리... 그리 길진 않았지만 그동안 용병들에게 길들여진
제 귀엔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이런.. 제 그릇된 편벽됨에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고
무시해버렸던 072, 4556, 4558, etc... 들을 차례 차례 기존의 용병과 교체하여 음악을 들어보니..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몸값이 비싸다 해서 꼭 좋은 소리,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나는건
아니구나 하는 반성과 한 없이 커져만 갔던 제 욕심에 따끔한 일침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땡칠이'가 용병들을 몰아내고 제게 즐거운 소리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운명이 뒤바뀐 용병들은 저 구석 부품박스에서 제게 이런말을 하는 듯합니다..

"야~~ 니가 저 값싼 녀석들 때문에 배신을 때릴 수 있냐~~~"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ㅡ_ㅡ"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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