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와 헤클 갤러리에 보시면 얼마전에 제가 올려드린 사진이 있습니다.
이른바 헤드파이에서 공공연한 뽐뿌질이 가해지고 있는, 우리에겐 조금
낯선 헤드폰 앰프 RP5라는 것이지요.

헤클에 계신 이정우 님이 구입하셨다기에 주인보다도 먼저 들어볼 기회가
있었고 덕분에 배때기까지 열어서 사진도 찍은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여진 사진들을 늘 그랬듯이 하스에도 올리고 헤클에도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주 실소를 금치 못할 국제 분쟁을
일으켰다는 이야깁니다. 사진들이 헤드파이 게시판에도 올려지면서
사건의 막이 올려집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RudiStor라는 자작앰프 제작사에서 나온 이 앰프가
자사 홈페이지에도 그다지 뚜렷하게 드러나 있지 않던 내부사진까지
공개되면서 이것을 만든 Rudi라는 제작자가 기절할 만큼 커다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새로운 앰프 사진이니 흥미롭게 보는 것같더니만
이틀째부터 일견 난삽하게 처리된 배선 처리라든가 여러모로 성의없어
보이는 끝마무리를 흠잡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하루 이틀 지나고 나니 불똥이 케빈 길모어의 블루 하와이와 비교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결국은 난투극에 가까운 루디와 길모어의
자존심을 내건 싸움으로까지 번지더군요.

정작 사진 구경하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쓰레드가 내로라 하는 앰프
제작자들의 싸움으로 비화된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정작 그 싸움 속에서
보여지는 대단한 열정이라든가 부산물로 보여진 각종 앰프 지식은
요즘 쉬이 보기 어려운 열기였습니다.
결국은 오늘 루디 씨가 제게 개인 메일을 통해 내부 사진공개가
저작권 침해라면서 헤드파이 홈페이지에서 삭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전달됐고 즉시 링크를 변경하긴 했습니다.
하도 싸워대니까 헤드파이 운영자는 쓰레드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논쟁은 끝이 난 듯 합니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앰프전쟁 승자는
과연 누구였을지....

아마도 하스와 헤클에 올려진 RP5의 내부사진은 현재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오랫만에 뜨거운 열기의 한 가운데 있었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