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ier 앰프 이야기

by 박용민 posted Apr 0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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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분들의 공제 마이어 문제를 지켜보면서 저 또한 마이어 앰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는 것 자체가 흥미로워서 원래 Jan Meier가 제안했던 회로도 살펴보고,
앰프에 사용되었던 LM6171 관련 문서도 읽어보고 있는데,
그러면 그럴 수록 Meier가 생각보다 참 까다로운 앰프구나 싶더군요.

아마도 META42보다 더 까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사실 META42는 생각보다 그리 까다로운 앰프는 아닙니다. 대신 '어려운' 앰프죠.
이 앰프가 '어렵다'는 건 앰프에 적용된 Topology가 어렵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건 당연히 Jung의 Multi Loop나 Class A 구동을 위한 Biasing이고,
PIMETA로 가면 Ground Channel이 추가가 되지요.
하지만 이 Topology 자체를 '개별적으로' 이해하기만 하면 회로 이해도 쉽고 앰프 만드는 것 역시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Meier 앰프는 그 자체로 꽤 세심하고, 거꾸로 이야기하면 위험한 앰프입니다.

사실 회로도를 살펴보면 딱히 부각되는 Topology란 Crossfeeder 정도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그저 기본 회로들의 조합인데, 개별적으로 '분리'가 된다기보단 회로 전체를 통째로 봐야 하는 면이 큽니다.
META42가 개별 Topology에 따라 회로가 '분리'된다는 점을 볼 때 이건 상당히 까다로운 면이죠.

(물론 원 설계자의 회로를 그대로 옮겨 만든다면 당연히 그 까다로움을 느끼기 힘듭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앰프가 실패하기 쉬울만한 특징이 몇 있습니다.

첫째 이유론 입력단에 커플링 커패시터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현재 오디오 기기에선 직류 문제는 거의 생기지 않지만, 사실 직류 성분이 완전히 0mV인 건 아닙니다.
출력단에 커플링 커패시터가 장착된 오디오 기기가 아닌 바에야
소자의 Offset을 고려할 때 적어도 1~3mV 정도의 DC는 검출되죠.
이게 일단 Meier 앰프로 들어오면 3배 정도 증폭됩니다. 그럼 최대 10mV 정도까지 가능해지게 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 정도는 헤드폰 구동에 전혀 문제가 있을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둘째 이유, 즉 LM6171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LM6171은 굉장히 고성능 OPAMP이지만 그만큼 무지하게 까탈스러운 소자이기도 합니다.

일단 Bipolar 타입인 탓에 Input Bias Current가 큰 편입니다.
특히 LM6171은 그 중에서도 높은 편인데, 데이터시트상으론 Typ. 값이 1uV 정도 됩니다.
이렇게 높은 Input Bias Currnt를 갖게 되면 출력단에서 높은 DC가 나오기 쉽습니다.
저항값만 잘못 설정해주면 DC 100mV(=0.1V)는 간단하죠.

거기에 워낙 빠르고 대역폭이 큰 소자이기 때문에 발진 가능성도 무시 못합니다.
그래서 Meier 앰프 원 회로에 10pF 짜리 콘덴서를 사용해주고 있는 거죠.
이게 없으면 OPAMP의 피드백이 맛이 가버려서 매우 쉽게 발진해버립니다.

그리고 이는 말하면 전원 설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보통 Meier를 휴대용으로 만들 생각을 하게 되면 간단한 가상접지 양전원을 넣게 될텐데,
대개 신정섭님의 글을 참고하시는 분들은 Bypass 혹은 Decoupling 콘덴서를 안 넣으실 겁니다.
신정섭님께서 권고는 하고 계시지만 필수 사항으로 지정하시지는 않으시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발진이 쉽게 일어나는 OPAMP의 경우 Bypass 콘덴서는 거의 필수요소입니다.
적어도 0.1uF의 세라믹 콘덴서는 사용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 외에도 Meier 앰프 원 회로를 보면 저항으로 각 Stage의 구분을 확실히 해주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아마 각 Stage의 연결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일듯 한데, 정확히 이해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면들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Meier 앰프는 저항값 조합등의 회로 구성이 실패할 경우, 단순 퍼포먼스 저하가 아니라 아예 앰프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제가 볼 때 Meier 앰프는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물론 LM6171 같은 OPAMP를 사용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FET 타입 OPAMP를 사용하신다면 앰프로서 사용하기 힘들 정도의 트러블은 생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새로 제안된 Meier 앰프 회로에서는 '심지어' FET 타입 OPAMP 마저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새 회로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meier-audio.homepage.t-online.de/headamp.htm)

그래서 한가지 회의적인 것은, 과연 Meier 앰프가 초보자들이 만들기 쉬운 앰프인가, 하는 점입니다.

제 생각에는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회로를 보면 볼 수록 '이건 까다로운 앰프다'라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물론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다른 앰프들에게도 동일하고 적용되는 내용이기는 합니다.

CMOY마저도 LM6171을 사용한다면 상당히 어려워질 겁니다. LM6171 자체가 사용이 까다로운 소자니까요.

(참고: http://tangentsoft.net/audio/opamps.html

하지만 그럴지라도 CMOY 같은 앰프가 비교적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되는 건,
원 회로 설계자가 그만큼 '쉽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Meier 앰프의 경우 그렇지 않고요.

그런 점에서 Meier 앰프에 대해서는(특히 LM6171을 사용한 경우는 더) 좀 많은 공부를 하고 나서 제작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과연 초보자에게 권할만한 앰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구요.
차라리 기본적인 OPAMP 증폭단+Discrete 버퍼단 구성의 앰프나,
좀 더 나아간다면 META42 같은 앰프들이 더 권할만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는 Meier 제작을 좀 보류할 생각입니다.
물론 원 회로를 따라한다면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겠지만,
앰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아는 것도 앰프 제작의 한 부분이니까요.
그 점까지 다 고려해서 만들 생각인 것이죠.


덕분에 Meier 앰프는 하나의 공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회로 보고 공부하면서 앰프 제작에 정말 중요한 지식들도 알게 되거든요.
(물론 이 지식들은 언젠가 다 하스에 올라오게 될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까다롭게 회로를 설계한 Meier 아저씨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ㅠㅠ

어려워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