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막귀의 추억 ^^

by 이영도 posted Nov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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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에 후배 녀석에게 알토이드통 A47 하나를 선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선물이라고, 저는 비싸다고 함부로 쓰지도 않을 627을 박고, 아끼고 아끼던 빈티지급 스티롤 컨덴서까지 넣어서, 나름대로 꽤 신경썼었습니다. 소리 들어보니 제가 그동안 만들었던  A47중에서는 최고였습니다. 그냥 주기는 아까울 정도였지요. 그렇지만... 이왕 선물주는 건데, 잘만들어졌으니 다행이다... 요렇게 생각하면서, 그 녀석에게 선물을 했더랩니다.

아 근데... 녀석이 한다는 말이...
소리가 맘에 안든다는 겁니다.
아따 거시기한거... 월매나 겁나게 존 걸 줘야 니 마음에 콱 꽂혀버리것냐?

별수 있나요? AS모드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거기 박아놓았던 627을 빼고 4556을 끼워줬더니, 소리 좋다고 헤벌레~ 하더구먼유. 소리가 질적으로 다르다나???

-_-;;;

그 일은 저에게 많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 주더군요.

자작이란 무엇인가?
질적으로 다른 소리란 어떤 것인가?
나는 왜? 뭣땜시 !!!! 아끼던 부품까지 써가면서 저걸 만들었단 말인가?
저런 강력한 취향을 가진 넘이 존재하는 것은 말세의 증거인 것인가?

나는 혹시...
인력과 전자기력의 거부할수 없는 섭리와, 우주만물에 작용하는 18금적인 로맨스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 및, 시대와 역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소명을 인식하지 못한채, 니치콘과 유니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등등....

아뭏던 그녀석에게서 조물주의 다양한 섭리를 느낌과 동시에, 저는 패닉상태에 빠졌던 것이죠. 지금도 A47을 보면 그때의 그 미스테리한 느낌이 아련히 전해오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얼마전에 그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하직원이 만지다가 고장냈다는 군요.

-_-;;;

어쩌라고??? 그 XX 모가지 날려.

내 그 사건 이후로 마음을 다 비우고... 작동만 잘하면 다른 건 안바라기로 했는데... 으씨.

다시 마음을 비울 시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