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a Ear 2000 개조기(?)

by 조경남 posted Jun 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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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두문불출하다가 컴백 기념으로 새 앰프를 하나 만들어볼까도 생각해
봤습니다만 그럴만한 심적 여유가 없길래... 쩝.
그냥 눈 앞에 보이던 Rega Ear 2000 을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내부는 종합 갤러리에 있는 이현우 님의 사진을 참고하십시오.

살펴보면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부품들... 바꿔주고 싶어도 바꿀만한 놈이
거의 없는... 그런데 그만 눈에 들어오는 IC 하나... 바로 NE5532AP

그래 이놈이다. 이 녀석을 업글(?)이라기보다는 가지고 있던 다른 IC로
바꿔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연구실에서 예전에 쓰다 남은 OPA2134PA가
눈에 들어왔고 "그래 이거야"라고 외치며 공작실로 달려갔답니다.

인두에 전원 넣고, 증기 흡입기 ON, 조명 큐~~~

오랜만에 직접 잡아본 인두라서 그런지 손이 어찌나 부들부들 떨든지...

아무튼 5532를 도려낸(?) 후 2134를 기판에 꼽았습니다. 오랜만에 손이
굳어서 납땜이 서툴져서 너무 과열되면 어쩌나... 옆 라인에 붙으면 어쩌나
등등 오만 생각을 다 해봤습니다마는 순간적으로 납을 붙이는 찰라의 희열을
느끼기 위해 과감히 소켓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도려낸(좀 과격하군요...) 자리에 솔더??? 아무튼 솔더 머시기를 얇게 도포한
다음 인두를 갖다내며 때기를 8차례... 멋지게 붙어주었습니다.
그보다도 인두에서 피어나오는 땜납의 그리운 냄새. 기판에 부품이 붙어가는
손맛. 집중해가며 작업할 때 느낄만 느낄 수 있는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한줄기 땀 등등... 그리운 느낌들이더군요.

지금 제 Rega Ear 2000은 2134로 굴러가고 있답니다...

이쯤되면 "2134로 바꿨더니 소리가 어떻게 변했어요?"라고 물으실 법도
합니다만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특히 소리에 관한 기억이라는 것은 너무도
주관적이고 찰라의 일인지라 뭐가 어찌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NE5532AP가 OPA2134PA로 바뀌었고 지금 AKG K501을 힘차게
굴려주고 있다는 것과 보다 비싸고 단지 스펙 상으로 기술된 성능이 보다
정밀한 부품으로 바뀌었다는 것 뿐입니다.

소리의 경향은 분명히 바뀐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사실입니다.
다만 어떤게 더 좋은 소리였는지 5532의 성향이 어떠했는지를 기억해내지
못할 뿐입니다. ^^;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간사하다는 것을 예전의 072와 2134에서 느꼈기에...

2000원짜리 알프스 A형 볼륨을 예전에 대장님께서 주셨던 50K 블루벨벳으로
바꿔주려니 생각 좀 해봐야겠더군요. 전면부 패널의 구멍을 그대로 이용하려면
옆에 있는 전해를 들어내고 전선 좀 뽑는 등등의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겠기에...

오랜만에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