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두 방황기] PCB Etching...

by 신정섭 posted Aug 06, 200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절두 방황기] PCB Etching... - 신정섭

제 상황을 많이들 아실테니 앞뒤 얘기 다 빼고,
절두로 상심한 마음에 경남님도 저를 어떻게 건드려보려고(?) 무척 노력하셨지만,
제 마음은 승우님의 최근 에칭작업과 은서님이 링크자료실에 올려주셨던 PCB 에칭법에 가 있었더랬습니다.

PnP 필름 구입에 대해서는 일단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고,
급한 마음에 화공약품가게에 가서 염화제2철을 구입했습니다.
사실은 시내에 차몰고 가는데 우연히 화공가게가 보여서 차안에서 바로 전화로 판매여부를 확인하고,
차를 돌려서 산 것이지요. 제가 있는 도시에서 가장 혼잡한 로타리 한복판에서 비도 철철오고 주차하기 극악조건이었답니다. 그것이 불과 몇시간 전입니다.
다행히 소량씩 팔아서 좋았는데 엄청 바가지 쓴 것 같네요.
300cc에 5천원에 구입했습니다.


Artwork
========
한편, 은서님이 올려주신 자료를 보고,
그냥 회로도를 프린트한 맨 종이로는 안될까 해서 동박판에다가 인쇄한 회로를 다리미질 해 보았습니다.
원래 레이저프린터나 복사기는 정전기에 의해 붙은 토너가루를 열에 의해서 고착시키는 것이므로,
열을 다시 가하면 떨어져 가갈 것이 뻔했습니다.
다만 얼마나 떨어질 것이냐가 문제겠죠.
(한편 OHP 용지가 열에 강하므로 OHP 용지로도 해 보았는데 열과 압력을 가하니까 토너가 녹는지, 막 뭉게 지는군요. 그래서 OHP 용지는 제꼈습니다.)

먼저 생전 처음하는 에칭의 Target으로 정한 회로는 Single to Dual Converter입니다.
일단 에칭액과 기판이 최소로 들고,
충분히 정교하여 이놈이 성공하면 다른 복잡한 기판에 자신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변변한 Artwork 프로그램이나 익숙한 캐드 프로그램이 없었으므로,
그냥 훈민정음으로 Artwork를 했습니다.
훈민정음은 꽤 정밀한 치수로 격자 생성기능이 있고, 격자간에만 이동되는 기능이 있어서 이렇게 정교한 배선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배선도를 프린트하여 동박판에 다리미질을 했는데,
에칭이 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생생하게 회로도가 새겨지더군요.
그래서 일단 이 새겨진 회로도, 즉 밑그림을 이용하여 구멍 자리를 Marking하거나 미리 뚫고,
가느다란 네임펜(일명 모나미 카드 네임펜)으로 그위에 제대로된 배선을 그렸습니다.

아참! 중요한 것이, 구멍을 뚫기 전에 정과 같이 뾰족한 도구로 구멍 자리의 홈을 내어 놓는 것이고,
가능하면 구멍은 에칭이 완료된 시점에서 뚫는 것이 제 경우는 더 낫겠더군요.




Etching
=======
열이 높을수록 에칭이 잘된다고 하므로,
에칭액을 위 사진처럼 필름통에 반 조금넘게 담은 후, 냉온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1/3가량 담은 종이컵에 넣었습니다.
즉 중탕을 한 것입니다.
아. 염화제2철용액이 다행스럽게도 물보다 무겁더군요.
결과적으로 염화제2철의 온도는 40~50도 정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그려진 기판을 실로 묶어서 넣었습니다. 그래야 잠시 꺼내보면서 에칭된 정도를 확인하지요.
이렇게 하니까 약 7분 정도의 에칭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래서 꺼내 물로 헹구고, 여기서 다시 제가 극찬하는 라이터 기름을 이용하여 마킹을 깨끗이 지웠습니다.
최종적으로 다리까지 납땜한 것이 맨 오른쪽 사진과 같군요. (아. 여기서 절두를 잠시 포기해야 했습니다. ㅠ.ㅠ)
사진상으로는 구멍과 다른 배선간의 간격이 매우 좁아서 아슬아슬하게 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답니다.
아참. 염화제2철액은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갈수록 에칭 성능(속도)이 떨어지겠지만 몇번 계속 사용가능한 것이지요.


결 론
=====
재미 있네요.
역시 펜을 이용하여 손으로 배선을 그리는 것이 가장 귀찮은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PnP 필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이것이 있다면 정말 전문적인 솜씨의 PCB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그냥 PCB를 제작의뢰하는 것과는 달리 모든 것을 직접 하므로 DIY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한편, 어쨌든 똑같이 수십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만능기판에 작업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잘만 만들면 오히려 회로의 신뢰도도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작은 항상 도전이고 창조적인 작업입니다.
삽질이 아닙니다.
이런 PCB 에칭도 그런 의미에서 Good Project가 될 수 있겠습니다.

아. 허접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거 초중학생들도 많이 하는 작업을 이 나이에 첨 해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