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기] HP890 및 고물 카세트데크 CK-7700

by 신정섭 posted Oct 30, 200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리기] HP890 및 고물 카세트데크 CK-7700 - 신정섭


HP-890 수리기
=============

아마 여기 많은 회원님들이 제가 필립스 HP890을 가지고 있고, 얼마전 고장난 상태라는 것을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고장난 이유는 모르겠고 도저히 고장이 날 만한 환경도 아닌데,
하여간 오래간만에 들어 보았더니 강한 저음이 날 경우 한쪽에서 소리가 찌그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애지중지하고 얼마 쓰지도 않던 물건이, 더더군다나 얌전히 저음량에서만 듣는 헤드폰이 이리되었으니 정말 속 쓰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대장님 말씀이 사랑해주지 않으면 자살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포타프로만 너무 들었더니 자해행위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니다.

그래서 구입처에 A/S을 문의해 보았더니,
담당자왈 원래 헤드폰은 소모품이라 A/S가 안되는데 어떻게 한번 알아보겠다.
지금은 해외 출장중이라 귀국하면 연락주마 그러더군요.
그래서 한달이나 기다렸는데 감감무소식...
다시한번 메일을 보내 보았더니 이젠 회신도 없더군요.
그것이 한달전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A/S는 물건너 갔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체념을 했지만 매일 멍청하게 큰 공간을 차지하고 걸려있는 이 HP890을 볼때마다 짜증이 나더군요. 버릴수도 없고 그냥 둘 수도 없고... 헤드폰 앰프는 수십개가 되면서 헤드폰은 달랑 포타프로 하나로 버티는 것이 궁색스럽기도 하고요.

그래서 너죽고 나죽자는 심정에서 분해하였습니다. 일단은 어디 진동판이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지요.

1. 먼저 패드를 벗기고
2. 나사 3개를 풀고
3. 유닛이 본드로 붙어 있길래 칼을 이용하여 본드를 절단하고 유닛을 분리하였습니다.

분해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간단한 구조입니다.
HP890 참 싸다고 생각되지만 실제 뜯어놓고 보면 특별히 들어갈 부분도 없답니다.
유닛 자체는 개당 제조원가가 1천원선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유닛 보다는 외관에서의 단가비중이 절대적이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다른 고가 헤드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퍽~

하여간 유닛의 진동판을 살펴보니 어디 한군데 떨어진 곳은 없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소스를 연결해 보니 정말 진동판이 심하게 떠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진동판이 찐빵처럼 볼록해야 하는데 진동판의 사방 십수곳이 국부적으로 조금씩 함몰되어 쭈글쭈글하게 되어있네요. 아무래도 이것이 원인이겠다 싶어서 양면 테이프를 이용하여 진동판의 함몰된 곳을 다시 볼록하게 당겨서 폈습니다.

아. 지금도 진동판이 왜 그렇게 함몰되어 있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크게 한쪽이 찌그러져 있던 것이 아니고 조그맣게 여러군데가 그렇게 찌그러져 있다니...
게다가 실제 뜯어서 유닛을 보니 쉽게 파손될 수 없는, 견고한 형태였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역순으로 조립...

으음. 감동입니다.
원래의 상태대로 완벽하게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너무나 좋군요. 마치 헤드폰 하나 공짜로 얻은 것 이상으로...

이렇게 수리를 했으니 방출하기도 그렇고 이 헤드폰과 백년해로 하여야 겠습니다. 하여간 더욱 사랑스럽군요. 아이구 내새끼... 이제 앰프에 이어 헤드폰에서도 음악과의 "정서적인 교감"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퍽~ 퍼벅~~

여러분들도 이런 유사한 일 당하시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밑져봐야 별로 밑질 것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포타프로가 자살할까 좀 걱정되네요. 골고루 사랑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가지고 있는 기기들 편애하지 마시고요...



인켈 카세트 Deck CK-7700 수리기
===============================

비슷한 맥락의 글이라 그냥 추가합니다.
이것은 HP-890 수리건보다 약 10일 전의 일입니다.

제가 AK-650 시리즈로 앰프, 튜너, 카세트 데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 중고 구입품으로 3대 전부 합쳐봐야 15만원 근처에 구입한 것이군요.
성능은 알려진대로 아주 좋지요.

그런데 몇달전에 Deck가 맛이 갔었습니다.
아예 테이프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분해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모터가 맛이 간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A/S 시켜보았자 배꼽이 더 클 것이 뻔하므로,
몇달전 버려진 파이오니어 더블데크에서 떼어낸 두개의 모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터 제조사는 다른 것이었지만 규격이 있었는지 나사 자리 및 축지름이 같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구동전압이나 RPM등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모터의 RPM이나 구동 토크등에 표준적인 설계값이 있어서 제조사가 달라도 입력전압만 맞추면 대체가능할지 모른다는 희망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럴때는 당근 너죽고 나죽자 모드로 진입하지요.
모터를 이놈으로 교체하였습니다.

히야~ 잘 작동됩니다. 쌩쌩하게 돌아가네요.
단, 속도가 너무나 빠르네요. 거의 2배인듯...

인켈 모터엔 12V가 인가되더군요.
어쩌면 이 모터는 12V에서가 아니라 그 절반인 6V에서 작동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교체된 모터에 인가되는 전압에 7806 레귤레이터를 달아서 6V가 공급되도록 하였습니다.

결과는 우하하하~ 입니다.
제 귀로는 완전히 정상속도로 쌩쌩하게 작동됩니다.
너무 좋군요.

헤드폰 앰프(자작) 및 인티앰프(한대는 공동 제작품, 한대는 고장부위 조명전구 개조 및 릴레이 교체), 스피커(2개 자작), 헤드폰(수리), CDP(개조), 덱크(수리) 등 많은 기기가 자작되거나 제 직접적인 보살핌 속에 재탄생되었습니다.
아주 기쁩니다.


그럼.
즐음, 즐자작 하시길...

하스만세~
HP890 만세~
CK-7700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