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레오용 10 : 10 : 10 오디오 셀렉터를 만들었습니다.

by 김형섭 posted Feb 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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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셀렉터. 단순한 물건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소개 글입니다.


주로 파워앰프에 볼륨만 달아준 형식으로 간단한 자작을 즐기다 보니

앰프도 여러 종류가 되었고 하스를 통해 헤드폰 앰프도 몇 종류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소스기기들을 구해서 사용 중이고, 스피커도 이것 저것 테스트할 일이 많네요.


오래전에 소스기기, 앰프, 스피커용 3 : 2 : 2 셀렉터를 만들어서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지만

오디오 매니아분들이나 하이엔드를 추구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엔 말도 안되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실겁니다.

신호 경로 중간에 접점이 여러 개 들어가는 것이라 음질 열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실용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왔고 실제로 꼭 필요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추가해서 오랫동안 별러오던 10 : 10 : 10 셀렉터를 만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1,000 가지의 조합이 가능한 셀렉터가 되겠습니다.


회로는 그저 스위치와 단자간 연결의 반복입니다. 전원도 불필요하고 완전수동 기계식 셀렉터입니다.


핵심 부품은 로터리 스위치인데요. 저렴하면서 용도가 적절한 것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인터넷 검색과 문의 결과 허용전류 3A(10V 이하)의 13접점 로터리 스위치를 이용했습니다.

이 정도면 일상적인 청취용으로는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스신호의 접지는 모두 모아 셀렉터 내에서 일점접지를 해주었기 때문에 소스신호용 로터리 스위치는 2련,

선택된 소스신호 2개씩을 앰프를 선택해서 보내야하고 앰프의 출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앰프 선택용 로터리 스위치는 6련,

선택된 앰프의 출력을 스피커로 보내주는 스피커 선택용 로터리 스위치는 4련을 사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련 13접점, 4련 13접점, 6련 13접점 로터리 스위치 1개씩을 사용했습니다.

처음 1접점은 OFF 개념으로 비워두었고 나머지 12접점 중 10접점을 사용해서 10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예전에 만든 셀렉터에서는 앰프 출력과 스피커의 흑색선들도 모두 연결하여 일점접지를 해주었는데

별도로 분리해서 연결해 주는 것이 좋다는 글들이 있더군요. 앰프에 따라서 분리 연결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기기들이 다 켜져있는 경우에도 소스기기 - 앰프 - 스피커는 동시에 하나씩만 연결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연결용 단자들입니다. 좌우 RCA 단자가 20조, 스피커 단자가 20조 필요합니다.

갯수로는 RCA 단자 40개, 스피커 단자 80개입니다. 어마어마한 양이죠.

RCA 단자와 스피커 단자는 저렴한 것을 사용했고 스피커 단자에는 바나나 플러그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배선재도 꽤 들어가는데 역시 저렴한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신호선으로는 저렴한 쉴드선을 사용했고 스피커 선으로는 미터당 400원짜리 스피커선을 사용했습니다.

선 길이 차이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생각으로 선들의 길이를 비슷하게 해줬습니다.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역시 케이스였네요. 새로 구입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재활용했습니다.

큰 것이었으면 작업하기 편했을텐데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치수를 재보고 가장 작은 것을 선택해서 고생이 심했습니다.

고장난 인켈 오디오 프로그래머 GT1286T 케이스를 이용했습니다. 가로 440 mm, 깊이 245mm, 높이 70mm 크기입니다.

이 케이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전면패널만 철판을 잘라서 덧댔습니다.

기존의 구멍도 몇 개 뚫려있는 뒷면에 130여개의 구멍을 정확히 뚫어야 하는 일이 최고의 난이도였습니다.

공간이 부족해서 뒷판과 닿아 있는 밑판의 턱도 2mm 정도 줄로 갈아냈습니다.


저렴한 것들을 사용했어도 재료비가 적지 않게 들어갑니다. 고급품들을 사용했다면 몇 배 더 들었겠죠.


납땜을 끝내고 모든 연결이 제대로 되었는지 통전테스트하는 일만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셀렉터 스위치를 돌려가며 1,000 가지 경우를 다 해봤으니까요.

소스기기 5개, 앰프 4개, 스피커 2조로 번갈아가며 시험해보니 제대로 작동이 잘되고 잡음도 없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번에 제대로 한번 일을 저질러봤네요.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시작부터 끝까지 5개월 넘게 걸렸지만 실제 작업시간은 1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그 어떤 앰프보다도 만들기 힘들었던거 같습니다.

전면패널은 차량용 컬러 스프레이를 뿌려줬는데 나중에 좀 더 밝은 색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생각해 둔 색상이 있는데 신차라 아직 스프레이가 안나왔다네요.


한 달 정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만족입니다. 너무나 편합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오래 사용할 것 같습니다.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름도 있어야겠는데 1000SAS (1000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 Stereo Audio Selector),

천하일색(千下一色), 천지분간(千之分揀), 천양지음(千樣之音), 천상지희(千狀之喜), 천태만감(千兌萬感)

등등 중에서 어느 것으로 할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