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자작품(member) - 헤드폰 앰프 관련 자작 게시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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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을 만들자!

다시 한 번 젠을 만들었습니다.

1차 공제 젠이 워낙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간단하게 만능기판에 하나 더 만들 생각으로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는데 마침 젠 2차 공제가 진행되더군요. 만능기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참여했습니다.

일단 PCB가 갖춰지니까 누드로 사용하려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젠 PCB의 위용을 보신 분은 이 심정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쓸만한 케이스가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젠 케이스 공제가 시작되었지만 너무 부담이 되어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가격대도 적당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젠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사전작업!

우선 만들기 전에 다른 회원님들의 자작기를 검토하면서 주의할 사항을 체크한 뒤에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입력은 2개, 단자는 35 스테레오와 55 스테레오, RCA 2조면 부족함이 없을 것 같고 또 이 정도면 사용하는 케이스에도 여유롭게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출력은 예전에 젠을 간이 프리앰프로 써봤을 때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오로지 헤드폰 출력 하나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젠의 화이트 노이즈가 다른 앰프에 비해서 좀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마이어처럼 출력단에 저항을 추가할 수 있게 하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기능을 정리해서 그에 맞는 여러 가지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 보았는데(시안 디자인만 30개 가까이 그려본 것 같습니다.) 단순한 취향의 문제로도 볼 수 있지만 얼마 전에 만든 G2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들어가는 부품 수와 가공의 난이도 면에서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전면 좌측에 헤드폰 출력, 중앙에 스위치 3개, 중앙 상단에 LED 홀더, 우측에 볼륨 노브, 후면 좌측에 입력단자 2조, 우측에 AC인렛의 구성입니다.
물론 케이스가 좀 다르기 때문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 부품 준비

사용한 부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볼륨은 젠의 원 회로대로 20K A형 볼륨을 쓰기로 했습니다.
엄수호님이 공구해주신 블루벨벳(10KA, 원형 샤프트)을 쓰고 싶었는데 사용하고자 하는 노브가 톱니형 샤프트만 지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벨정밀 미니 볼륨을 20K A형을 선별해서 사용했습니다. 조작감도 부드럽고 좌우편차도 괜찮은 편이라 아쉬운 데로 쓸만한 것 같습니다.

전원 온/오프, 입력 선택 등 스위치는 국산 2회로 토글을 선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토글 스위치를 선호하는데 그 중에서도 조작감이 부드러우면서 경쾌한 것을 골랐습니다.

헤드폰잭은 뉴트릭 콤보잭으로 했는데 장착의 어려움만 제외하면 마음에 듭니다.
영락 소리사에서 숄더컵 타입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아서 앞으로도 계속 쓸지는 의문입니다.

케이스는 가장 어렵게 선택한 것인데 저렴한 만능 케이스(화림박스 20*60* 25)를 골랐습니다. 마감이 좀 거친 편이긴 하지만 가격이 모든 걸 용서하게 합니다. (현전사의 만능케이스보다는 마감이 좀 더 나은 것 같은 것 같습니다.)

입력 단자는 금도금 RCA 잭과 35, 55 스테레오 잭입니다.

배선재는 마이크 케이블과 테프론 은도금 단선을 선택했습니다. 마이크 케이블은 두껍고 테프론 은도금선은 뻣뻣해서 쓰기가 쉽지는 않지만 무난한 것 같습니다.


전해 콘덴서는 저와 엄수호님이 공구한 삼영 Ultra Low Impedance/ESR NXC 470uF/16v, Low Impedance/ESR 삼영 NXB 100uF/50v, 2200uF/35V와 Low Impedance KXL 1000uF/35V를 선택했고,

필름 콘덴서는 셀라즈 블랙캡 4.7uF과 아르코트로닉스 DC 콘덴서 220pF, 0.1uF, 이스크라 MKP 0.1uF을, 정류 다이오드 노이즈 제거용으로는 적층 세라믹 콘덴서 0.1uF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저항은 언제나 그렇듯이 국산 금속피막 저항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좌우 페어를 맞춰보았습니다. 저항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재미 삼아서 해본 것입니다. 1%이라 그런지 쉽게 페어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다이오드는 정류부에는 VF값이 낮은 쇼트키 1N5819를 나머지 다이오드는 일반 실리콘 다이오드를 쓰기로 했습니다. 제너는 저항처럼 좌우 페어를 맞춰 보았습니다.

모스펫 IRF610은 예전에 페어차일드 것으로 페어를 4개 모두 페어 맞춰놓은 것이 있었는데 엄수호님의 너무도 강력한 펌프에 넘어가서 IR 것으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에 봉승용님 것과 같이 구입한 것을 합쳐 그 중에서 페어를 맞췄는데 4개씩 딱 맞는 것이 안 나와서 2개씩 짝을 맞췄습니다.

정전압 레귤레이터는 LM317을 쓰기로 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무난한 것 같습니다.

TR은 ZTX450을 2N2222로 대체했습니다. 핀 배열이 같은 점도 있고 대체하기에 무난한 것 같습니다.

방열판은 케이스의 방열 구멍이 상당히 적은 점을 감안해서 1차 공제 젠에 사용한 것보다 20mm 더 큰 것을 선택했습니다. 당초의 계획은 박완순님이 공구해주신 50mm짜리를 키다리 방열판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PCB 서포터의 높이 때문에 들어가지 않아서 45mm짜리를 사용했습니다.

트랜스는 케이스의 내부공간 때문에 예전에 구해두었던 아세아전원의 22V 양파(50VA) 트로이달 트랜스를 쓰기로 했습니다. 크기가 작고 22V 2개로 탭이 분리 되어 있어서 좋더군요.
그리고 어디서 트랜스를 실드시키면 좋다는 말에 혹해서 알루미늄 테이프로 잘 감싸주었습니다.



>> 제작

> 납땜
예전에 한 번 만들어보았고 다른 분들의 자작기를 숙지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납땜까지 어려움 없이 쉽게 진도를 나갈 수 있었습니다.

카다스 은납으로 납땜을 했는데 납이 잘 먹히는 게 작업성이 좋더군요.

물론 기본적으로 기판 자체가 납을 잘 먹기 때문에 별도로 플럭스를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납땜은 높이가 낮은 부품부터 차례로 했습니다.

귀찮고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하지만 급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저항 꽂을 때 다리 각도 잡는 것 하나하나 신경 써서 납땜했습니다. 가지런한 게 보기 좋더군요.

저항과 콘덴서 값은 회로도 값과 동일하게 했고 그라운드 루프 브레이커용 저항만 딱 맞는 값이 없어서 2개의 저항을 병렬 연결해서 4.3옴 정도로 맞췄습니다.

정류 다이오드는 TO-220타입 대신에 일단 액시얼 타입 쇼트키 1N5819를 썼는데 굽혀서 장착하려고 했는데 유심히 보니까 옆의 콘덴서와 자리를 바꾸면 그냥 장착할 수 있겠더군요. 물론 홀의 크기가 다이오드의 리드 굵기에 비해서 작기 때문에 홀 크기를 좀 넓혀주었습니다.

모스펫 IRF610은 방열판에 장착해보니까 방열판과 고정나사 모두 아노다이징이 된 것인데도 드레인과 쇼트가 나더군요. 그래서 절연시트와 부싱을 이용해서 완전하게 절연시켰습니다.

정전압 레귤레이터 LM317은 열전도 구리스만 바르고 방열판에 부탁했습니다.

바이어스 전류는 210mA정도로 맞췄습니다. 열이 좀 많이 나긴 하지만 제 메인 헤드폰(HFI-650)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가변저항은 쓰지 않았고 고정저항으로 맞췄습니다.

> 간단한 테스트
기판 납땜이 끝나고 간단하게 테스트해봤는데 트랜스와 임시로 입출력단자와 볼륨을 연결해서 테스트해봤는데 무음 시에도 화이트 노이즈를 제외하면 잡음 하나 없이 깨끗한 소리가 나와서 안도했습니다.

DC는 모스펫과 저항을 페어 매칭한 덕분인지 0.2mV정도 검출되더군요. 예전에 만든 젠에 비해서 상당히 적은 수치입니다. 페어 매칭이 귀찮다면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지만 재미로 해본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케이스 가공
자 이제는 케이스다 하고 열심히 케이스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케이스 작업도 하나의 재미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매번 케이스 작업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조각집에 맡겼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드릴은 잡은 손이 덜덜거려서 홀이 펀치로 찍어놓은 곳에서 많이 벗어나고 흔들리고 난리가 아닙니다. 드릴 무게도 어깨에 부담이 좀 주더군요.
RCA 잭이 샤시용이 아니라 PCB 고정용이라서 L/R의 간격과 고정 나사용 홀 간격이 딱 맞춰야 하는데 이게 좀 까다로웠습니다.
작업하고 하고 나서 다음부턴 샤시용 잭을 꼭 사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AC 인렛용 다각형 뚫기는 케이스 가공에 있어 최대의 적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 처음 G2용 AC 인렛 뚫을 때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가 하고 걱정하며 작업했는데 여러 번 해보니까 적응이 되었는지 비교적 깔끔하게 실톱으로 잘라낼 수 있었습니다.

전면 패널의 스위치용 홀, LED 고정용 홀, 볼륨용 홀까지는 큰 문제 없이 마쳤습니다. 중간에 약간 실수한 부분이 있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기에 하나만 더 하면 된다 하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는데, 문제가 뉴트릭 콤보잭용 홀에서 터졌습니다. 홀소로 구멍을 뚫는데 갑자기 드릴이 왼쪽으로 기울더니 구멍이 약간 납작하면서 뚫려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고정용 나사 홀도 안 맞고...

한동안 의욕상실 상태에 빠졌습니다. 다음날에야 마음을 추슬러 일단 완성은 시켜놓자는 마음으로 나머지 기판 고정용 홀과 트랜스 고정용 홀, 고무다리 고정용 홀을 뚫었습니다.

>조립

케이스 가공을 마무리 짓고 PCB와 트랜스 케이스에 조립했습니다.

그라운드 루프 브레이커를 사용하기 때문에 입력단자를 장착할 때 주의하여 샤시와 연결된 AC 그라운드와 만나지 않게 단자를 절연시켰습니다.
이번 2차 젠 PCB는 그라운드 루프 브레이커가 내장되어 있어 편하게 작업할 수 있어 좋더군요.

배선 작업을 할 때 트랜스의 220V 입력선이 짧아서 기판 밑을 바로 지나게 해서 전면 온/오프 스위치에 연결시켰습니다. AC선을 꼬면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 테스트
PCB 장착하고 트랜스 고정하고 커넥터 연결을 잔뜩 기대하며 전원을 켰습니다. 스위치 온!

갑자기 펑 하는 소리는 다행히 나지 않고 테스트용 LED의 희미한 불빛이 빛났습니다. (예전에 한 번 터트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번이나 이상 유무를 체크합니다. 물론 안전용 철판도 역시 준비합니다.)

가장 먼저 DC 체크, 0.2mV에서 시간에 따라 1.2mV 정도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만든 것 앰프 중에서 상당히 적은 편이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으로 방열판 온도를 체크해봤습니다. 손도계를 이용해서...
모스펫용 방열판은 바이어스 전류가 꽤 되기 때문인지 제법 큰 방열판인데도 후끈후끈합니다. 물론 방열면적이 더 크기 때문에 1차 젠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준입니다.
LM317용 방열판은 미열밖에 안 나더군요.

장시간 작동 시 트랜스에서 미열이 나긴 합니다. 우는 일은 없고요.



>> 예상 밖의 적: 험

이제 끝났구나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테스트용 이어폰을 준비했습니다.
별 문제 없겠지 하고 이어폰으로 소리를 듣는데 무음 상태에서 왼쪽에 "웅 ~" 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황하지 않고 우선 정전압부를 체크했습니다.
오른쪽은 정류 후 27.8v 정전압 후 24.3v, 왼쪽은 정류 후 25.9v 정전압 후 24.4v이더군요.

여기서 험의 원인이 정전압 부의 리플 노이즈이며, 정류후의 전압 자체가 왼쪽이 낮은 걸로 봐선 트랜스나 정류다이오드에 이상이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먼저 체크하기 쉬운 트랜스의 AC 전압을 측정해봤습니다. 좌우가 21.8~9V로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이오드가 문제겠구나 생각하고 왼쪽의 쇼트키를 전부 교체했는데(그 과정에서 패턴이 일어나버리는 문제도 겪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멀티미터는 정류 후의 전압을 25.9v로 가리키더군요.

이제 의심 가는 건 정류부와 평활부의 냉땜이었습니다. 인두로 지지고 PCB 윗면까지 이중으로 납땜을 했습니다. 이제는 해결되었으려니 하고 테스터로 체크해보니 이제야 27.8V가 나옵니다.

언제나 냉땜 같은 문제 없이 만들어보나 한탄도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신났습니다. 애꿎은 쇼트키만 원망했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어폰으로 다시 테스트했는데 여전히 왼쪽의 "웅~" 하는 소리는 여전했습니다. 좌우 전원부의 전압이 같은데도 한쪽에서만 험이 발생하니 제가 험의 원인을 잘못 집은 것입니다.

점점 심란해지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지금까지의 작업을 돌이켜봤습니다.
뭔가 실수할 만한 것은 없었나 체크하다 보니 스위치에서 트랜스로 가는 배선을 중간에 PCB를 가로지르게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당장 배선을 위로 간격을 띄워 바꿔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험은 여전하더군요.

배선을 여러 방향으로 조절하는 중에 AC선이 입력 콘덴서에 가까워질수록 노이즈가 추가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단 선을 연장해서 전원부 외각으로 돌려보았습니다. 좀 기대를 하고 다시 테스트. 그렇지만 험은 계속됩니다.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탈력감도 들고...
좀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한 번 작업 과정을 점검 해봤습니다. 하나하나 다시 되새기면서...

그러다가 처음에 간이 테스트할 때는 험이 없었던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그때는 왼쪽 전원부의 정류 후 전압도 낮은 상태였는데도 험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그 때는 케이스에 넣기 전이라 트랜스와 PCB를 멀찌감치 떨어트려 놓았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트랜스를 케이스에서 꺼내서 테스트 해보니까 험이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다시 트랜스를 케이스에 넣고 작은 철판으로 앰프와 트랜스 사이에 넣어봤는데 이번에는 험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이제 문제의 원인은 트랜스로 좁혀졌다. 트랜스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잡음을 줄인다고 차폐도 시키고 접지도 했는데... "
이렇게 자문자답을 하다가 예전에 소닉크래프트의 박찬호님에게 앰프 점검 받을 때 트랜스에 관해 들었던 내용이 갑자기 기억났습니다.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서 차폐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어떻게 돼서(이 부분은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잡음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에 따르면 트랜스에 둘러친 알루미늄 테이프가 문제를 유발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테이프를 벗기고 살짝 트랜스를 케이스 끄트머리 구석에 넣고 테스트해봤는데 험이 싹 사라진 것입니다.

이제 모든 문제가 끝났다!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면서 다시는 트랜스 풀 일 없겠지 하며 아주 단단히 고정시킨 후에 기분 좋게 전원을 켰습니다.
그런데 다시 "웅~~"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이런 낭패가...

역시 철판으로 트랜스랑 PCB를 격리시켜야 하는 걸까 더 문제 갖고 씨름하기도 힘들고 그냥 널찍한 철판을 구해서 트랜스랑 PCB를 완전하게 격리시켜 보자는 생각으로 작은 철판을 다시 트랜스랑 PCB 사이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험이 약간 줄 뿐 역시 "웅~웅~"하는 소리는 계속 절 괴롭히더군요.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던 철판격리신공도 소용없고 이쯤에서 미쳐야 하나? 하는 의문과 함께 기운이 쭉 빠지려고 했습니다.
흩어지는 마음을 붙잡고 마지막으로 힘을 끌어 모아서 이번에도 안 되면 젠은 잠시 보류하고 다른-쉽게 만들 수 있는 앰프나 만들자는 각오로 트랜스를 분리했습니다. 어찌나 꽉 조였던지 잘 풀리지도 안더군요.

트랜스 분리한 뒤에 험이 있었을 때와 없어졌을 때의 차이를 속으로 대조해봤습니다. 자세하게 기억을 되 살펴보니 트랜스와 PCB의 거리와 탭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테스트해보니까 위의 2가지 요인에 의해서 험의 발생이 영향을 받음을 확인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일단 PCB를 기준으로 트랜스의 방향에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 트랜스와 PCB는 충분히 떨어져야 한다.

신기하게 트랜스의 탭이 있는 쪽이 PCB쪽을 향하는 방향에 따라서 왼쪽에서 험이 나기도 하고 오른쪽에서 험이 발생하더군요. 탭 있는 쪽의 반대쪽이 PCB를 향할 때 험이 가장 심했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와 PCB가 너무 가까우면 여지없이 험이 생겼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트랜스와 앰프 PCB를 철판으로 격리시켜주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알루미늄은 두꺼운 것으로 해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제한된 조건하에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트랜스 방향을 잘 조정하고 거리를 벌려서 무음 시에도 험이 없는 상태로 결국 만들었습니다. 철판은 공간적인 여유가 없고 귀찮아서 생략했습니다.
하는 김에 모스펫용 방열판에 손을 대면 잡음이 발생하는 것이 신경 쓰여서 방열판도 접지와 연결시켰습니다. 이렇게 하니 접촉 시에도 잡음이 생기지 않더군요.


이렇게 기쁜 마음에 테스트용 LED를 제거하고 본래 사용하고자 했던 레드 LED를 스모크 처리하여 장착하고 PCB와 트랜스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LED가 밝지만 은은하게 빛이 퍼져서 눈 부시지도 않고 보기 좋습니다.

>> 화이트 노이즈를 잡아라!

젠 앰프에는 원래 화이트 노이즈가 "좀" 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무음 시에도 정숙한 다른 앰프와 비교하면 쉽게 느낄 수 있는 편입니다.

물론 이 화이트 노이즈가 음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저의 경우는 아주 잔잔한 곡이나 낮은 볼륨에서는 좀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화이트 노이즈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질문/답변 게시판을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력단에 적당한 크기의 저항을 추가하라는 답이 있더군요.

이번에 만들 앰프에 화이트 노이즈 제거 기능을 추가할 만한 가치가 있나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예전에 만든 젠으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지승배님이 추천한 47옴으로 테스트해봤는데 화이트 노이즈가 많이 줄어들어 최저 볼륨일 때는 느껴지지 않고 12시 정도로 볼륨을 올리면 그 때부터 화이트 노이즈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출력이 약간 줄어듭니다.

다음으로 120옴으로 시험했는데 이 때는 최대볼륨 상태에서도 화이트 노이즈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주 정숙하다고 할까요? 출력은 47옴보다 좀 더 줄어듭니다.

간단한 테스트지만 저는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임피던스 헤드폰을 사용하면 화이트 노이즈가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지만 PPA나 G2처럼 화이트 노이즈가 적은 앰프와 비교하다 보면 신경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위치를 이용해서 필요할 때만 화이트 노이즈를 제거하는 만큼 이왕이면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120옴으로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음악감상 시 필요할 때 사용해보니 꽤 좋은 느낌이라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젠의 화이트 노이즈가 거슬린다면 이처럼 스위치로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젠으로 음악 듣기

젠은 참 재미있는 앰프입니다.
모니터 장비로 쭉 듣다가 젠으로 같은 음악을 들어보면 "윽, 소리가 좀 그런데?" 하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반대로 PPA나 길모어 같은 경우는 큰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젠으로 음악을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신나게 음악에 몰두해 비트와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가락을 튕기고 발을 들썩이게 됩니다. 이러 점이 젠의 독특한 매력 같습니다.

저는 오디오 기기 평가하는데 자주 쓰이는 음악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그 모호성 때문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만약 그런 표현을 쓴다면 이와 같은 경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때 음악성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젠으로 음악을 들을 때 예전에 이미 젠을 한 번 만들었던 터라 자연스레 두 가지 젠을 비교하게 됩니다.
사용한 부품이 좀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계열의 소리이긴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더군요. 물론 두 젠 모두 비트 마니아란 수식어가 잘 어울립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번에 만든 젠이 소리의 응답이 빠르고 고음이 더 선명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음색이 시원스러운 느낌입니다.
똑같이 어떤 곡을 듣는데 예전의 젠에선 여성 보컬만 들렸는데 이번 젠에서는 여성 보컬의 배경으로 깔린 희미하면서도 은은한 남자 목소리도 같이 들리더군요. 특별히 엄밀하게 비교하고자 의도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듣는 중에 발견한 것이라 좀 놀라웠습니다.
저음의 박력이나 부드러우면서 웅장한 맛은 예전의 젠이 더 좋았습니다.

두 젠에 차이가 있다면 수동소자 부분인데 이번 젠의 입력 콘덴서에는 블랙캡 4.7uF이, 전원부 전해 콘덴서에는 삼영 NXB 100uF/50v, 2200uF/35V, KXL 1000uF/35가, 신호부 전해 콘덴서에는 삼영 NXB 100uF/50V, NXC 470uF/16V가 사용되었습니다. 이에 비해서 예전의 젠에는 입력 콘덴서의 경우 솔렌 패스트캡 4.7uF이, 전원부 전해 콘덴서에는 일반 타입 KMG 같은 용량이, 신호부 전해 콘덴서에 유니콘 100uF/16V, 470uF/16V가 들어갔습니다.
엄밀한 비교는 아니기에 사용한 부품과 음의 변화의 상관관계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전원부의 임피던스를 낮췄던 것이 빠른 응답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두 젠을 비교하며 하나 생각한 것은 삼영 NXC도 유니콘과 견줄 만 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콘덴서를 더욱 기분 좋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이스가 열전도율이 좋은 알루미늄이기 때문에 좀 오래 작동시키면 케이스 전체가 뜨끈뜨끈합니다.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소리뿐만 아니라 이 따뜻함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마음과 함께 몸도 따뜻하게 해주는 앰프라니 함 멋지지 않나요?


>> 단상

이번 젠을 만들기 전에 초호화 젠들의 펌프가 연달아 이어져서 한때 의욕을 잃기도 했습니다.
특히 젠 같은 경우는 회로적인 특성 자체가 수동소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그 정도가 더했습니다.
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반부품으로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량투입을 못 할 바에는 차라리 미루는 것이 평범한 부품으로 만들고 난 뒤에 고급부품에 대한 아쉬움을 애태우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고민하다 보니 내가 왜 자작을 하는가를 되물었습니다.
처음의 시작은 분명히 실용적인 이익 때문이었습니다. 저렴하게 쓸만한 헤드폰 앰프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는데 필요가 충족되고도 자작은 계속 되었습니다.
어느덧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게 되었고 결국 자작의 목적은 재미있음 자체에 있다고 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재미있는 것인가? 재미있다는 것은 상투적인 지루해하고 그러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재미에서 최대의 소리를 끌어내려는 물량투입만이 재미의 지향이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을 때 그제서야 제가 잊고 있던 것을 기억했습니다.
재미는 여러 관점의 체계를 살펴보면서, 여러 가지 체계의 다양한 차이에서 놀라움을 찾는 것입니다.

고진감래? 최고의 소리? 물량투입? 가격대비성능? 만드는 재미 자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시야로 볼 수 없을 만큼 이 자작의 세계는 복합적이며 처음에 느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물론 누구나 동의할만한 절대적이며 최고인 소리나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이 있다고 기대한다면 그것 역시도 어수룩한 환상일 것입니다.

비슷하고 거의 같은 것을 두고도 다양성 해석을 이뤄지는데 거기에는 불일치가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하게 되는 불일치와 인식 사이의 간격은 긴장을 불러 일으키며 사람을 위축시키는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것이야말로 재미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하나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라면 이런 불일치 속에서, 차이의 확인에서부터 새로움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끼게 되니까요.
우리가 하스라는 커뮤니티에서 글을 올리며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반응을 하는 것도 단순히 실용적인 목적으로 상부상조하기 위해서 혹은 자기과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하스가 재미있는 장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통해서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있었던지를 그리고 젠을 만들기 전에 했던 고민이 실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자기의 자리에서 가능한 것을 재미있게 하는 것,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발견하고 느끼며 즐거워 하는 것이야말로 의미있는 것입니다.


자작기 검토와 기능 선택과 디자인에 1주일, 납땜 및 케이스 가공 및 조립에 1주일, 험 문제 해결에 1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참 재미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젠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된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젠 공제를 위해서 힘써주신 지승배님과 엄수호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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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수호 2005.01.25 21:26
    자작하는 재미를 느끼게하는 멋진 글입니다. 요즈음 자작을 거의 놓은 상태이지만 조만간 다시 잡을겁니다.
    즐음,즐자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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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서 2005.01.25 21:55
    언제봐도 깔끔한 자작기와 깊이 공감가는 말씀 감사드립니다.
    요즘 생각해보면 전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를 달아보려했는데 알고보니 목걸이하나 걸어보지 못하고 진주알에만 득달하며 달려든것같습니다.
  • ?
    신정섭 2005.01.25 22:09
    우와~
    만드는 과정 못지않은 충실한 자작기 입니다.
    특히 "단상" 부분도 잘 읽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제가 초기에 앰프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호기심은 아직도 큰 부분이고요.
    하지만 요즈음엔 내가 왜 이 취미를 계속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저의 경우는 아무래도 엔지니어적인 관점에서 즐기고 있지 않나 합니다.
    분명 음악자체와는 큰 관련이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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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범준 2005.01.25 22:22
    후~읽느라 시간은 걸렸지만, 아주 멋진 글이네요.
    찬영님의 글이 자극이 되어, 오랜만에 젠을 덥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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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승배 2005.01.26 08:57
    훌륭한 자작기 감사드립니다. 험이 줄어들었다니 저도 기쁘구요.
    단순한 ZEN앰프 뿐만이 아닌, 자작을 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하게 되는 고민에 대해서 잘 정리해 주신것 같습니다.
    은서님께는 목걸이 줄을 선물해 드려야겠습니다. ^^
  • ?
    김건우 2005.01.26 11:56
    좋은 그리고 의미있는 자작기 잘읽었습니다~~(^^)///
    찬영님 멋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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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용근 2005.01.26 13:40
    단상 잘 읽고 갑니다.
    저에게도 자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개기가 되었네요...
    저도 젠 자작기 곧 올라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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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창영 2005.01.26 15:16
    제목만큼이나 멋진 사용기네요.
    저도 요본 젠제작시 트랜스를 동테이프로 감싸주었는데 중간어디서 동테이프와 쇼트가 되었었는지 한2분 지났을까요 냄새가 나서 급히 전원을 내리고 보니 트랜스 사이 검정고무가 열때문에 녹아들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붙혀놓은 동테이프를 둘둘둘 다 풀어내니 열도 안나고 정상으로 돌아오더군요. 인터넷어디서인가 본것 같은데 동테이프가 전자기장을 막지는 못하지만 자력선속의 변화에는 효과가 있다나 뭐래나..그러더군요.(영어싸이트라서 대충 보았기에.. ^^)
    그리고 쿠킹호일과 같은 알루미늄테이프로 감싸면 고주파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저주파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글도 일핏 본듯합니다. 저도 빨리 공구젠의 허접 제작기를 올려야겠습니다.
  • ?
    박찬영 2005.01.26 23:25
    이것저것 적다보니 장문이 되어버렸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의 자작기도 기대됩니다.

    지금은 잠시 충전중인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또 뭔가 만들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자작의 수렁에 빠졌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 ?
    이경준 2005.01.29 23:59
    붉은 led는 따뜻한 zen과 잘 어울릴것 같네요. 높은 완성도는 박찬영님의 노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ac 인렛은 저라면 회피해버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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