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헤스에서 김민석님께 구입했던
바라 케이스가 생각났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멋진
(* 바라 : 헤스 부경 모임에서 공제한 짜라의 이름입니다.)
철제 케이스지요^^ 귀찮다는 이유로 구석에 처박아뒀던 케이스를 꺼내
기존에 쓰던 누드 허접 짜라에 옷을 입혀주기 시작했습니다.
몇달만에 인두를 잡고, 납 향기를 맡으니 정신이 묘해지더군요.
오랫만에 맡은 납 연기가 왜이리 향기롭던지.. 환각 증세가...^^;
아무튼, 이제 곧 고3도 올라가고, 이것이 정말 마지막(정말?--;) 작품인데,
나름대로 초호화 앰프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한번도 써보지 않은, 보물처럼 간직만 하던
킴버 TCSS 선재와 알프스 블루벨벳을 꺼내들었습니다.
이 킴버 1M의 가격만 해도 기존에 만들었던 앰프 한대의 총 부품 가격이랑
맞먹을 정도입니다.;;
또, 짜라에 들어가는 솔렌 콘덴서가 좀 비싸야죠. 개당 오천원 가까이 하니..
저같은 헝그리 지향 DIYer들에겐 정말 이런 녀석들은 치명타죠..^^;;
Y케이블은 쓸만한 게 없기에 RCA로 바로 빼오기 위해 RCA단자도 달고
짜라의 선재를 전부 킴버로 교체했습니다. 볼륨도 싸구려 천원짜리 볼륨에서
무려 만 오천원짜리 블루벨벳으로 교체했구요.
뭐, 만드는 작품마다 기본적으로 블루벨벳을 넣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저같은 경우엔 블루벨벳은 처음 써보네요.
정섭님께 배운 헝그리 정신 때문에.. ^^;
아무튼 짜라를 완성해 케이스에 집어넣고 양전원 변환기를 연결했습니다.
전원을 넣었는데 소리가 찌그러지더군요. 무슨일인가 해서 잘 살펴봤더니,
케이스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케이스가 철로 만들어져서 납땜 부위 등이
케이스에 접촉해서 생기는 문제더군요.
그래서 케이스 내부에 절연체로 종이를 한바퀴 두르고 다시 짜라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막 나오려는 찰나...
갑자기 눈앞이 번쩍! 하더니,
곧 암흑으로 바뀌더군요....
그렇습니다. 합선이었습니다-_-;;
지난번에도 양전원 변환기를 다루다가 눈앞에서 불꽃을 본적이 한번 있긴 한데
두꺼비집까지 내려간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어찌나 놀랬던지..;;
한밤중에 부모님께서 깨시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두꺼비집에 가서 다시 전원을 넣고
살펴봤더니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위에 합선이 되었더군요.
그냥 젤 처음 220V를 입력받는 초록섹 커넥터 부위에서 합선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새까맣게 타있더군요.
이 부분에서 합선이 일어날 이유가 없는데.. 다시 해볼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집안 어디서 글루건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방안을 뒤져보니 다행히 글루건과 실리콘 몇개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220V가 지나다니는 모든 납땜 부위를 실리콘으로 도배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원을 넣는데.. 어찌나 손이 떨리던지..;;
별 생각 다들더군요. 전원을 넣음과 동시에 감전되서 죽는건 아닌가...
갑자기 이게 터지지는 않을까... 불이 붙으면 어쩌나...
다행히 그후론 별일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짜라는 정말 너무너무 멋졌습니다.
은빛 전면 패널, 황금빛 나사, 빠알간 LED..
그리고 그 위에 올려둔 올 누드 양전원 변환기.
정말 멋진 조화였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어떤 앰프보다도 멋졌습니다.
케이스는 케이스대로, 누드는 누드대로 멋진 감이 있는데
그 둘을 합쳐놓으니 또 얼마나 멋지던지..^^;
역시 예상대로 여기서 나오는 소리는
플락시보 만땅의 천상의 소리였습니다 ^^;
누구나 공감하시겠지만 앰프를 만들고 나서 처음으로 듣는 순간의 그 소리는,
이 세상 어떤 앰프보다도 멋진 소리이지요^^
뭐, 나중에 진정하고 나서 블라인드 테스트라던가 그런 것들을 해보면
또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앰프보다도 멋지게 들립니다.
생긴것도 너무 멋지구요^^;;
지금 수중에 카메라가 없어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게 아쉽네요.
오늘 밤에는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당분간은 요놈 덕분에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
* 이복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6-25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