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자작품(member) - 헤드폰 앰프 관련 자작 게시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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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uciel.tistory.com/2630000
현재까지 내 생애 최고의 앰프
SKEL6120 + COSDAC V2

최근에 완성한 헤드폰 앰프를 소개합니다.

2005년 겨울 하스에서 박은서님이 진행하셨던 SKEL6120 PCB 공구를 통해 PCB를 구하고 금방 만들 줄 알았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진척이 느렸고, 완성 직전에 예상 밖의 큰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2007년 초에야 완성했으니 참 오래 걸린 셈입니다.


SKEL6120 헤드폰 앰프

SKEL6120은 이름에 포함된 '6120'이란 숫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헤드폰 앰프 칩 TPA6120A2을 사용한 헤드폰 앰프입니다. TPA6120A2가 SKEL6120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SKEL6120는 입력 필터로 Meier의 코다앰프와 같은 입력 필터를 넣었고, 증폭을 위해 OP앰프를 이용하며, TPA6120A2는 버퍼로 사용하는 구성입니다.

회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정원기님의 "SKEL6120 설계질문"에 대한 박은서님의 답변을 보면 TPA6120A2만으로 게인을 높게 잡고 증폭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성이라 합니다.

전원부는 단파 2개를 묶어 양전원을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정전압 레귤레이터는 LT1085/1033을 쓰게 되어 있으나 LM317/337이 핀호환됩니다. 정류용 다이오드는 듀얼 타입의 다이오드를 사용해 부품의 수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고자 한 것 같습니다. TPA6120A2 디커플링(바이패스)용 캐패시터의 용량은 데이터시트에 제시된 용량인 100uF과 10uF 그대로입니다.


부품

부품은 고급스러운 부품에 집착하지 않고 가진 것을 주로 쓰고자 했습니다. 보유하지 않은 나머지 부품은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것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OP앰프는 싱글타입인데 전에 김건우님께 선물 받은 아날로그 디바이스(Analog Device)의 AD8610입니다.

평이 좋지만 고가인 OP앰프입니다. 기존에 PPA 헤드폰 앰프에서 쓰던 것을 끄집어 냈습니다.

정전압 레귤레이터는 LT1085/1033 대신 LM317/337을 쓰기로 했습니다. LT1085/1033이 더욱 정교한 전압에 유리하지만, LM317/337이 구하기 쉽고 저렴하며 다른 무엇보다 SKEL6120의 전류 소모량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류용 다이오드는 듀얼타입을 써야 하는데 Common Cathode Diode는 필립스의 쇼트키 다이오드인 PBYR1545을, Common Anode Diode는 Fuji Electric의 Fast-Recovery Rectifier ESAC25-02N(C25 O2N)를 썼습니다.
SKEL6120 전원부전원부에 사용한 캐패시터

캐패시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10pF과 220pF은 실버마이카를, TPA6120A2 디커플링 10uF과 100uF은 오스콘(OS-CON)을, OP앰프 디커플링 47uF은 니치콘 RZ를, 전원부의 전해캐패시터 120uF은 황용근님에게 선물 받은 파나소닉 FM을, 1000uF은 BC를, 2200uF은 삼영의 NXB를, 필름캐패시터는 TPA6120A2용 디커플링 필름캐패시터로 쓴 ERO의 0.1uF를 제외하고 모두 ARCOTRONICS의 0.1uF과 1uF을 사용했습니다.

볼륨은 알프스(ALPS) 블루벨벳 10KA 클릭형입니다. 개인적으로 클릭형 볼륨을 싫어하지만 동일 용량의 논 클릭형 블루벨벳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썼습니다.

저항은 모두 국산 1% 오차의 1/4W와 1/2W 금속피막 저항입니다. 몸통이 자성체라는 점이 불만이지만 구하기 쉽고 저렴하기 때문에 애용합니다.

입출력 잭의 경우 헤드폰 출력 잭은 뉴트릭(Neutrik) 폰잭을, RCA잭은 대만산 금도금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선재는 4심 선재인 벨덴 8723입니다. 오디오용으로 제작된 선재이며, 주석도금 된 구리 전도체와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절연체, 트위스트 된 페어 구조, 페어별로 차폐율이 100%인 독립된 실드를 갖췄고, 상대적으로 다른 4심 선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자주 씁니다.

노브(KNOB)는 공구한 소리전자의 검은색 노브 S-17을 썼습니다. 색상이 짙은 남색 기운이 도는 검은색이라 케이스의 진한 검은색과 다르고, 날개 두께가 두꺼워 전면 패널 앞으로 돌출되는 부분이 있어 이질감이 드는 점이 아쉽습니다.

트랜스는 어떤 트랜스를 쓸까 고민하던 중에 전에 공구했던 Toroid의 13V 양파 트랜스를 생각나 처음에는 그것을 쓰려고 했습니다. PCB 위에 놓아 보니 크기도 대충 맞았습니다. 하지만 SKEL 6120의 전원부는 단파 2개를 묶어 양전원을 만들기 때문에 양파 트랜스를 그냥 쓸 수 없습니다. 양파 트랜스를 단파 2개로 개조하던지 아니면 정류부를 양파 트랜스에 맞게 개조해야 합니다. Toroid 13V 양파 트랜스는 센터 몰딩이 된 트랜스라 단파 2개로의 개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류부를 손봐야 합니다.
Toroid의 13V 양파 트랜스 PCB에도 대충 맞았지만... 역시 파란 벽돌?
개조의 번거로움 때문에 작업을 미루던 중에 황용근님이 진행하신 SKEL6120용 부품 공구에 참여해 15V 단파 2개로 이뤄진 암베코 탈레마 트랜스(Model No. 70063)를 입수했습니다. 크기가 작아서 별로 무겁지 않아 보이는데 몰딩에 쓰인 수지 때문인지 직접 들어보면 보기보다 상당히 무겁다. 가격만 괜히 비싸고 성능 면에서 잘 감은 국산트랜스와 차이가 없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지만, 파란 벽돌처럼 각 잡힌 외관과 몰딩으로 말미암은 무거움이 주는 느낌 때문에 기분상 신뢰가 갑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암베코 탈레마 트랜스를 선호하는 게 아닐까요? ^^;;


케이스는 김상록님이 SKEL6120 케이스 2차 공제 때 특별히 제작해주신 것입니다. 2차 공제 케이스는 1차 케이스와는 볼륨 노브용 홀 가공과 USB DAC인 COSDAC V2를 넣을 수 있게 설계된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저의 SKEL6120용 케이스는 전면에 스위치와 볼륨을 부착하게 특별 가공되었습니다. 케이스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 큰 감명을 받았지요.^^


제작

김상록님이 특별히 제작해주신 케이스를 받아보고 크게 감동하여 케이스의 격에 맞게 안에 들어갈 앰프도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평소라면 비교적 간단히 만들고 넘어갈 부분도 귀찮음을 무릅쓰고 주의하며 만들었습니다.

납땜
통상적으로 전원부를 먼저 만들어 적정 전압이 나오는지 확인하고나서 증폭부를 만들기를 권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부위에 상관없이 되도록 높이가 낮은 부품부터 납땜을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PCB를 뒤집어 납땜할 때 편하기 때문이죠. 물론 주의가 필요한 IC 등의 능동소자는 순서를 뒤로 미룹니다. 그래서 높이 순서별로 실장 및 납땜하고, 전원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증폭부의 TPA6120 칩을 가장 나중에 납땜했습니다.

레이아웃
USB DAC
케이스에 SKEL6120외에 USB DAC COSDAC V2가 같이 들어가고, 볼륨을 케이스 고정하며, 입력선택과 출력선택용 토글 스위치가 추가된 구성이라 케이스의 깊이가 꽤 늘어났습니다.

길다! 좀 복잡한 배선
신호경로를 줄이기 위해서 SKEL6120 PCB를 86도가량 돌려 배치했습니다. PCB 고정용 홀의 수정이 필요했지만 PCB 고정용 홀의 대각선 간격은 같아서 고정용 홀은 기존의 2개를 그대로 활용하고 2개만 추가로 만들면 됐습니다.

찬조출연한 젠(ZEN) 헤드폰 앰프

붉은색 LED를 사용한 정면은 블랙+레드의 힘(포스?)이 느껴집니다. 뒷면에는 필요한 RCA 입력 단자와 SPDIF 아웃 단자를 직접 구멍을 뚫어 추가했습니다. 신호 경로를 짧게 하고자 INPUT이라 적혀 있는 부분의 RCA 단자는 표기와는 달리 출력단자로 사용합니다. '입/출력 RCA 단자를 몰아서 배치했다면….'이란 생각에 아쉬움이 들지만 케이스 제작 시 의사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므로 아쉬운 데로 만족합니다.

입/출력 선택 스위치
스위치는 2회로 롱토글 스위치입니다. 손잡이가 길고 조작감이 마음에 들어 비싸지만 애용합니다.

출력 선택 스위치는 헤드폰 아웃과 프리 아웃을 선택용입니다. 주위에 적당한 그라운드 포인트가 없어 스위치 몸통에 동박 테이프를 부착했습니다.

입력 선택 스위치는 입력 소스인 COSDAC V2와 RCA 입력을 고르기 위한 것이고, 입력 필터 일부를 여기에 하드와이어링했습니다.

OP앰프 게인 조절용 저항을 위한 소켓 처리
저의 SKEL6120은 헤드폰앰프 외에 프리앰프의 용도로도 사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게인 값 조절용 저항(R5와 R13)을 위해 소켓 처리를 해서 편하게 저항값을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리드가 굵은 저항은 소켓에 들어가지 않지만 1/4W 국산 금속피막 저항은 잘 맞습니다.

OP앰프용 디커플링 캐패시터
OP앰프용 디커플링 캐패시터 추가
사용한 OP앰프가 SMD 타입이라 변환기판을 쓰기 때문에 경로가 길어져 OP앰프의 작동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줄이기 위해 디커플링용 캐패시터를 소켓 가까이에 추가했습니다. 의도를 극대화하려면 소켓이 아닌 변환기판에 추가해야 하겠지만, 그라운드 포인트의 확보가 쉽지 않아 소켓에 부착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하드와이어링
어떤 식으로 이 SKEL6120에 공을 들일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하드와이이링을 떠올렸습니다. PCB를 쓰면서 도대체 왜 하드와이어링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의아해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볼륨과 입력 선택 스위치입니다. SKEL6120의 신호경로는 먼저 입력필터를 거친 뒤에 볼륨으로 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제 SKEL6120의 경우 입력 선택 스위치가 추가되어 있고, 볼륨을 PCB에 붙일 수 없고 케이스에 장착해서 써야 하기 때문에 PCB의 입력필터를 활용하자면 신호 경로가 많이 길어지게 됩니다. 또한, 볼륨을 위치를 바꿔 필터 앞에 위치시킬 경우 입력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이정석님의 조언을 듣고 볼륨 위치 변경도 포기했습니다. 때문에 입력선택 스위치에서 볼륨으로 가는 경로에 입력필터를 하드와이어링으로 추가해 경로를 단축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TPA6120A2의 안정적인 작동입니다. 이승찬님의 SKEL6120 자작기를 보고 TPA6120A2의 하드와이어링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SMD 부품에 무슨 하드와이어링인가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하지만, TPA6120A2의 데이터시트TPA6120A2 Evaluation Module 유저 가이드를 유심히 보면서 하드와이어링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의미가 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 입력저항과 출력저항을 최대한 칩 가까이에 붙이고, 피드백 저항은 IN-핀에 가까이 붙이고 피드백 선로의 길이를 최대한 줄이고, IN+ 핀을 그라운드와 최대한 가깝게 하라.

2. TPA6120A2 전원공급용 디커플링 캐패시터는 필수이며, 소용량의 캐패시터를 최대한 파워핀 가까이 붙이고, 모든 캐패시터는 Low ESR 타입을 사용하라.

(출처: TITPA6120A2 데이터시트)

이 점은 TPA6120A2 데이터시트의 'Figure 36. Typical Application Circuit'과 EVM 유저 가이드에서도 확인 가능한데, 10uF과 100uF의 디커플링용 캐패시터 외에 0.1uF 캐패시터를 추가로 4개의 전원핀(LVCC-/+, RVCC-/+) 가까이에 달아놓고 있습니다.

(출처: TITPA6120A2 Evaluation Module User Guides)>


사실 SKEL6120 공제에 참여한 여러 사람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SKEL6120의 PCB만으로도 데이터시트에 나온 안정적인 동작을 위한 조건을 만족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PCB 상에 일반적인 부품을 사용하도록 레이아웃을 잡다 보니 경로가 좀 길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하드와이어링으로 저항이나 캐패시터를 최대한 TPA6120 칩 가까이에 붙여 안정적으로 동작하게끔 하려는 것입니다.


칩 저항이나 칩 캐패시터가 아닌 일반 1/4W와 1/2W 저항과 적층 필름 캐패시터를 이용해 하드와이어링하려니 무척 까다로워 금세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ㅡ.ㅡ;; 특히 시력이 좋지 않아 고생을 했는데, 특별 제작된 케이스에 걸맞은 앰프를 만들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작업에 임했습니다. 저항과 캐패시터를 최대한 TPA6120A2 칩의 핀 가까이 붙이고, 리드는 테프론 피복을 입혀 절연시켰습니다.
TPA6120A2 디커플링용 캐패시터 10uF과 100uF은 Low ESR 캐패시터로 유명한 산요 오스콘을 썼습니다.

잡음과 오른쪽 채널의 험(HUM)
하지만 고생을 무릅쓰고 하드와이어링한 보람도 없이 작동시켜보니 게인에 비해 소리가 너무 크며, 모든 채널에서 심한 잡음이 들렸고, 특히 오른쪽 채널에서는 험이 있었습니다. 미세하게 남아있는 플럭스가 문제인가 해서 강력세정제로 씻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출력단의 DC는 왼쪽에 24mV, 오른쪽에 19mV가 검출되었습니다.

잡음은 그렇다 치고 오른쪽 채널에서 발행하는 험은 어찌 된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오른쪽 채널과 트랜스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혹시 트랜스 때문인가 싶어 철판으로 가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출력단의 DC는 변함없었지만 오른쪽 채널의 험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T 철판 2개를 겹쳐 차폐 격벽을 만들어 PCB에 장착했습니다.

오른쪽 채널의 험은 그렇게 해결을 했지만 높은 게인과 잡음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OP앰프의 게인을 매우 낮게 잡아 봤지만 그래도 소리가 컸습니다. 잡음을 떠나서 게인이 이렇게 큰 것은 뭔가 실수가 있었다는 의미일 텐데, 자세히 검토하던 중 2.2K 옴을 쓰게 되어있는 R3과 R11에 2.2 옴을 쓴 것을 발견했습니다. 낯뜨거운 실수라 자책하면서 2.2K 옴으로 교체했고, 게인을 정상적으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잡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냉땜 때문인가 싶어 납땜 부위를 다시 인두로 지졌습니다. 그 후 출력단의 DC 체크를 깜빡 잊고 바로 MX400 이어폰으로 테스트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이 아예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이어폰의 오른쪽이 뜨거워져 섬뜩한 느낌에 전원을 끄고 DC를 검사해보니 오른쪽에 12V라는 높은 전압이 측정되고 있었습니다. 딱 한 번 출력단의 DC 체크를 잊은 것인데 그로 말미암아 6년을 함께 해 정들었던 MX400이 희생되었습니다. ㅠ.ㅠ 안타깝지만 자만과 미숙함의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와이어링은 납땜 자체를 오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TPA6120A2의 써멀 패드와 PCB의 동박을 납땜 과정에서 장시간 열을 가해 칩에 손상이 갔으리라, 그리고 냉땝 잡는다고 다시 인두를 댔을 때 칩의 오른쪽 채널이 완전히 망가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하드와이어링
다른 분들의 SKEL6120 자작기와 질문/답변을 검토하면서 출력단의 DC가 많이 검출될 경우 TPA6120A2 칩을 교체해보라는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애써 하드와이어링한 저항과 캐패시터를 제거하려니 아쉬움이 들었지만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다 뜯어냈습니다. 이미 한 번 쓴맛을 봤기 때문에 하드와이어링을 포기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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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마찬가지로 저항과 캐패시터를 최대한 TPA6120A2 칩의 핀 가까이 붙이고, 리드는 테프론 피복을 입혀 절연시켰습니다. 납땜 시 칩에 오래 인두를 대지 않고 최대한 빨리 납땜하고 중간 중간 열을 식히며 작업했습니다. 이번에는 디커플링용 캐패시터를 리드가 좀 길어지는 점을 참작하고 좀 더 땜하기 편한 것으로 바꿨습니다.

다행히 이번 하드와아이어링은 성공이었습니다. 출력단의 DC도 왼쪽 5mV, 오른쪽 4mV로 적은 양이 검출되었고 잡음이 없는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오른쪽 채널에서 들렸던 험이 차폐 격벽 없이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먼저 납땜했던 TPA6120A2 칩의 손상을 확신하는 순간이었습니다.

SKEL6120에서 TPA6120 칩의 써멀 패드 납땜 시 주의점
TPA6120A2 써멀 패드와 만나는 동박이 그라운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열이 바로 분산되어 쉽게 납땜 되지 않는데 오래 인두질하지 말아야 합니다. 작업의 편의성을 우선한다면 써멀 패드를 동박에 납땜하기보다는 열전도 패드를 이용해 접착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COSDAC V2의 외부전원 작동
일전에 COSDAC V2를 평하면서 PC 전원의 잡음에 좀 민감한 것이 아쉽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COSDAC V2의 디지털부와 아나로그부의 그라운드가 격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점을 보완하려고 외부전원을 사용해봤습니다.

외부전원은 별도의 트랜스를 이용하지 않고 SKEL6120의 전원부에서 가져다 7805 레귤레이터를 사용해 5V로 만들어 공급했습니다. 13V 정전압에서 5V로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화를 위한 캐패시터는 부피를 적게 차지하는 적층세라믹 캐패시터 1.0uF과 0.1uF을 사용했습니다. 드랍 아웃 전압이 8V가량 되지만 전류소모량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 7805의 발열은 예상보다 상당히 적었습니다. 그 대신인지 SKEL6120의 전원부에 걸리는 부하가 늘어나 LM317의 발열이 더 늘어났다.

청감상 잡음감소 측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막연히 기분에 좀 좋아진 것 같고, 사운드 카드를 2개 쓰는 상황에서 SKEL6120의 전원을 끌 때 COSDAC V2에 공급되는 전원이 차단되어 자동으로 다른 사운드 카드로 전환이 되는 점이 편리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PCB 서포터 고정과 소음방지 라벨 부착
PCB 서포터가 풀리는 경우를 막으려고 추가로 너트를 이용해 고정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쏠림 방지용 고무가 내장되지 않은 플라스틱 금장 발에 소음방지용 라벨을 부착했습니다. 고정용 고무가 없는 금장 발은 지지력이 약해 케이스가 잘 밀리는 편이라 그냥 고무 발을 선호하는 편인데, 케이스가 이 금장 발에 딱 맞춰 만들어져서 이런 식으로 보강했습니다. 하지만, 소음방지 라벨의 지지력도 약해 좀 불만족입니다.

마무리로 플럭스 제거

언제나 그렇듯이 마무리는 플럭스 찌꺼기의 제거입니다. 공구 PCB는 납땜이 잘 되는 PCB였기 때문에 플럭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땜납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플럭스가 있습니다. 이런 플럭스를 라이터 기름과 초강력 세정제로 제거했습니다. 청감상의 차이는 느끼지 못하지만 기분상 그리고 보기에 깔끔하기 때문입니다.


감상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편한 마음으로 SKEL6120의 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출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소리가 크다는 느낌과 달리 낮은 볼륨과 높은 볼륨에서도 헤드폰을 확실히 제어한다는 느낌으로, 볼륨을 처음부터 끝까지 올려도 무리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또한, 풀 볼륨 상태에서 클리핑 없이 출력되기 때문에 과장해 표현하면 헤드폰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러면서도 화이트노이즈를 비롯한 각종 잡음이 상당히 적은 점이 놀라웠습니다.

흔히들 앰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리니어리티(linearity)가 좋다는 표현을 쓰고는 하는데 그 말이 어떤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가 SKEL6120을 통해 비로소 그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십인십색이란 말처럼 헤드폰 앰프 역시 마찬가지라 각기 고유한 개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앰프 간의 우열을 가리기는 상당히 어렵고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아주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가를 놓고 가볍게 이야기한다면 비교는 의외로 간단해지는데, SKEL6120의 소릿결은 제 취향에 상당히 맞는 편입니다. 무척 마음에 들어 3년이 넘는 기간에 부동의 메인을 지켜왔던 길모어 헤드폰 앰프가 결국 그 자리를 넘기게 되었지요.^^

기대했던 프리앰프로서의 능력도 생각보다 뛰어났습니다. 별도의 프리앰프와 비교해본 것은 아니지만 전에 만든 모노블럭 게인클론 파워앰프와의 상성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프리앰프로 SKEL6120을 사용하고, 파워앰프로 게인클론을 사용했을 때 스피커로도 잡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고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났습니다. 실제로 TPA6120A2를 프리앰프부에 사용한 헤드폰 앰프 겸 인티앰프-EGA(Eugene Acoustics)의 푸가-도 있는데 왜 그런 구성을 취했는지 좀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이 SKEL6120는 많은 분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만들 수 있었던 앰프로 소리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어서 그런지 감회가 더 깊습니다. 끝으로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
    강휘 2007.03.23 01:09
    안녕하세요 강휘 입니다 박찬영님의 자작기를 기다리는(?) 회원입니다.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않게 박찬영님의 색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군요
    작품및 자작기 잘 감상했습니다 .
  • ?
    박은서 2007.03.23 01:35
    정성이 가득 담긴 자작기 감사합니다. 마치 영화나 소설을 보는 듯한 감동이 밀려오는군요. 이런 게시물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저는 수다만 떨었고 기판 맡아 주신 노현준님, 케이스 맡아주신 김상록님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 ?
    이영도 2007.03.23 04:49
    감동적이군요. 저렇게 정성을 들이시다니...
    앰프가 단순한 전자기기에서 작품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본 것 같습니다.
  • ?
    성호성 2007.03.23 10:28
    대단한 자작기입니다.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쉽지가 않는데,,,
    SKEL6120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한 것 같습니다.
  • ?
    김준범 2007.03.23 11:22
    아...그대로 출판을해도 될 정도군요..
    한장한장 사진을 찍으면서 정성을 다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보기만 해도 열정이 느껴지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
    황용근 2007.03.23 12:58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찬영님과 같은 자작기를 남겨야 할텐데요.. 귀차니즘이 뭐든걸 압도하는지라 계획만 있습니다 ㅜㅜ
    상록님 특주 케이스도 부럽구요. 저도 덕분에 6120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 ?
    박원웅 2007.03.23 13:23
    정말 훌륭하십니다. 작품을 작품답게 만드시는 열정이 부럽네요. 6120에 컨덴서 추가하는 것을 저도 시도는 해보고 싶지만 혹시나 잘못 하드와이어링 해서 망가지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시도도 못하고 있습니다. 흐미야.....
  • ?
    김건우 2007.03.23 14:31
    탁월한 헤드폰 앰프! 탁월한 자작기!!
    박찬영님의 노고와 열정에 존경을 표합니다^^
  • ?
    박찬영 2007.03.23 21:23
    말씀 감사합니다.^^
    전자회로에 대해 무지한 제가 이렇게 자작 앰프를 써보는 것은 전부 하스와 도와주신 회원분 덕분입니다.
    받은 호의에 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미력하지만 글로나마 보답하고자 했는데 좋게 봐주시니 보람이 느껴집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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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영 2007.03.23 21:38
    박원웅님 캐패시터만 하드와이어링으로 추가하시는 것이면 전의 메타42 때 정버퍼를 만드신 실력으로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인두질을 짧게 하고 중간에 열을 식히면서 땜해 칩이 손상되는 일과 합선되는 경우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하실 때 부피가 좀 작은 캐패시터를 쓰시면 보다 편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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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민 2007.03.24 01:12
    정성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네요.. 박수가 절로 나오는데요.. ^^
    오래오래 잘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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