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아님 작년) 저는 회사에서 쓸만한 이어폰을 하나 살 목적으로 인터넷을 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헤드폰 스테이션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헤드폰의 많은 고수들의 글을 읽는 동안 이어폰으로는 그 한계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는 조금씩 헤드폰의 세계에 빠져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어폰은 더이상 들을 것이 못된다! 헤드폰으로 가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헤드폰을 제대로 쓸려면 헤드폰 앰프는 필수다..라는 것도 사실 나름대로의 충격이었습니다. 초기에는 HD580과 CREEK OBH-11(이거 맞는지 모르겠네요...이제 기억이 가물가물)을 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이돈도 좀 버겁다고 생각했었죠...그러나 펌푸질...그게 뭔지 어느덧....저의 눈은 HD600이하는 헤드폰이 아니요, 헤드폰 앰프도 최소한 거치형 코다는 되어야 쓸만한것이다! 라는 선입견이 가득찼습니다. 높아진 눈은 CDP로도 옮아갔죠. 오디오 페어를 보면서 최소한 에이프릴 뮤직의 Stello CDA200 정도는 되야 쓸만하겠구나...했더랍니다.. 이것들의 조합만해도 200은 족히 넘어갔습니다.
그러던 와중 문득 생각해보니 제 주머니에는 약 한 100정도가 있더군요...고민했습니다...과연 어디에서 잘라야 한단 말인가....그러나 그 고민도 금방 풀리더군요. 어짜피 150만원씩 하는 CDP를 사면 다른걸 전혀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헤드폰과 앰프는 괜찮은걸 사고 CDP는 돈에 맞추어 산다음 나중에 업그레이드 하자고...결국 헤스의 공구와 친구의 도움으로 세 장비를 마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이때가 가장 행복하지 않았나 싶군요..그때는 일단 기계는 신경안쓰고 시디나 사면서 음악 감상이나 실컷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사실 이때는 이미 복열님을 통해서 자작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고 정섭님의 초보자용 시리즈를 읽으며 CMOY 도 만들고 있었으니까요. 무슨 그리 큰 생산성이 있다고 인두며 테스터 납....등등...부품을 사대기 시작했죠.
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왕 여기까지 온거.....코다를 내 손으로 만든다. 만들어 버리겠노라고.....그리고 열심히 부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코다 부속중 가장 큰 탈레마의 트로이달 트랜스 포머를 사기 위해서 열심히 뒤졌습니다.
그리고 구했습니다..
그 이후로 열심히 열심히 모았습니다..
그리고 구입한 코다를 철저히 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분해라고 해봐야 뚜껑열고 내부를 보는 정도 였지만요. 회로도를 보고 내용을 알 수 없는 깡통 저로서는 회로도와 실제 PCB를 보면서 일일히 대조할 수 밖에 없었지요. 결국 회로도와 부품 사진등을 모두 입수할 수 있었답니다. 부품도 어느정도 모으고 .....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모든것이 그렇게 순탄하지 만은 않았습니다. 저의 앞길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가고 있었습니다.
회사(전 연구소 소속입니다.) 소장이 바뀌더니....엄청난 프로젝트에 투입됨으로 인해...저의 가장 소중한 취미 생활 시간이 0시간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아마 이때 쯤이 우리 헤드폰 앰프 스테이션이 생길 무렵이 아니었나 싶네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손 놓았죠.
그러나 세상은 그리 야박하지만은 않은지....월드컵이 시작되고 바쁜 와중에도 축구 볼 시간은 주더군요. 남들 빨간 색이 될때....
저는 딴생각 좀 했습니다. 코다 만들리라.....만들고 말리라.....그러나......또....저는 축구 보느라 정신팔려서 앰프 못만들었습니다...그러다.....
월드컵이 끝나버렸습니다....저희집이 상암구장 바로 옆 아파트라...도저히 응원하지 않고는 다른것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정도 7월 중순이 되자 프로젝트가 좀 느슨해 지더군요... 다시 앰프를 만들려고 아둥 바둥 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좀 본론으로 들어가서....전 코다를 만들며 몇가지 나름데로의 전제 조건을 설정하였습니다.
1. 부품은 가급적 코다의 내용물과 같은 걸 쓰자.
2. PCB를 분리하여 독립된 전원부 신호부를 만든다.
3. 케이스를 멋지게 만든다.
4. 앰프는 더이상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의지가 약한 저로서는 윗 사항들 지키기 상당히 어렵더군요.....특히 4번은 힘들더라고요. CHA47이라든지 휴대용 마이어 앰프라든지 몇가지를 만들어 봤지요....
1번은 어느정도 지켜 졌습니다. 콘덴서는 같은걸 못구하고 오디오파츠에서 파는 것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2번...저는 만능 기판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편한건 사실이지만. 배때기의 배선은.....전 싫었습니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PCB에 부품이 꼽아져 있는 것이 좋아 보이더군요. 그러나 업체에 의뢰하니....상당히 비싼 값을 말하더군요....아차 5번째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5. 복각 코다는 절대 기성품 보다 비싸서는 안된다.
였으니...PCB마저 맡기면 자작으로서의 의미가 적어지니...제가 만들기로 생각했습니다..
기판을 만들기 위해 또 몇가지 부품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PCB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 알아보니....초심자로서 가능한 방법으로 유성펜이나 레터링 등으로 회로를 그리고 염화제2철액에 에칭하는 방법으로 PCB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판과 염화제2철액을 구입했습니다.
전원부와 신호부를 달리 만들기 위해서 당연히 아트웍도 코다것을 그대로 쓸 수 없었으므로 다소 수정하여 저 나름의 아트웍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만든 것은 신호 입력 부(거창하지만 RCA 단자와 저항 몇개 실버 마이카등을 달아놓은 초 허접)을 만들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상당히 허접하게 되었습니다. 유서펜으로 대충 만든다느게 약간 한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물론 제 기술이 부족한 탓이겠지만....전...명필도 뭣도 아니므로 붓을 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래서 화방에 가서 레터링을 샀습니다... 좀더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동판을 아트웍을 한 종이를 입힌 후 구멍을 뚫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PCB에 쓸만한 날이 집에 없더군요....용산가서 날도 샀습니다.
구멍을 모두 뚫고 레터링으로 회로를 모두 채운 상태입니다.
살포시 아주 조심스럽게 염화 제2철에 담구었습니다..정말 정성스럽게 했습니다.
살짝 꺼내가면서 에칭이 되고 있는 상태를 잘 확인했습니다.
그....그러나.......에칭 과다로 회로가 다 단선이 되어 버린것이었습니다!!!!!!!!!!!!!!!!충격....
그간의 노력과 시간이 모두 날아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그간 몇달에 걸친 코다 만들기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물론 그동안 배운게 잃은것보다 많았다고 자부합니다. 다른분들 블럭까지 써가면 척척 만들때...에칭액으로 끙끙 거렸지만...이제 나름대로 어느정도 터득한것 같습니다...타이밍의 문제.....동판 코팅의 문제 등등....
일단...실패 했지만...전 계속 도전해보겠습니다....안되면 되게 하면 되죠...뭐....굳이 군바리 정신을 내세우자는 것은 아니지만.....열심히 해서....저도 나름대로의 오리지널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긴글들과 지저분한 사진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복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6-25 22:16)